아니요? 진짜 사진인데요?

박승만, 사진가


동시대사진이 살필 수 있는 풍경은 존재할까? 발전된 디지털 이미지 기술로 도래한 새로운 사진의 감각을 통해 우리는 어떠한 미래를 마주할 것인가. 현시점에서 사진을 다룬다는 것은 카메라를 쥘 것인지 놓을 것인지부터 고민해야 하는 문제가 되어버렸다. 얼마까지만 해도 사진은 카메라의 기술적 원리를 통한 결과물로 설명됐다. 그러나 컴퓨터그래픽 기술은 현재 사진과 구분할 수 없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나아가 개인이 헤아리고 예측할 수 없는 신기술을 보며 작가인 나는 작업의 존립 자체에 위협을 느끼곤 한다. 최근 사진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하는 것을 느낀다. 사진미술관 건립과 맞물려 있어서일까. 하지만 그동안에는 동시대 작가로서 이렇다 할 논의의 과정을 체감했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겠다. 그러나 우리에게 이러한 상황은 해묵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나는 이 글에서 동시대 신기술을 온몸으로 마주한 경험, 그리고 이후의 사진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고민을 나눠보고자 한다.


사진의 외관을 거의 동등한 수준으로 구현해 낼 수 있게 된 컴퓨터 그래픽을 마주했을 때, 나는 1839년 사진이 발명됐을 당시 화가가 느꼈을 절망을 비로소 통감했다. 컴퓨터 그래픽의 발전은 사진가의 안위를 위협하고 사진산업, 예술 전 영역에 걸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약 8년 전 사진학과 졸업을 앞두고, 도래할 신기술에 대한 불안감은 나와 내 동기들의 진로에 큰 영향을 끼쳤다. 실제로 기업에선 광고용 제품 촬영이 컴퓨터 그래픽으로 대체되고 있었다. 우린 제품사진엔 미래가 없음을 직감했고 슬프게도 결국 현실이 되어버렸다. 현재 내 주변엔 제품사진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동료는 아무도 없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아직’은 구현하기 힘든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느낌의 제품사진과 그래픽으로 구현하기 힘든 음식사진이 겨우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또는 그래픽, 렌더링을 통한 시제품과 실제 생산된 제품의 틈새를 채워주는 정도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컴퓨터 그래픽은 사진을 완벽히 대체할 수 있을까? 적어도 사진의 외관은 대체할 수 있으리라. 그렇다면 사진은 어떻게 사진으로 존재할 수 있나. 작년에 참여한 아티스트 토크에서 사진이 다른 매체와 갖는 차이점에 대해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나의 대답은 사진은 몸이 없는 유령이라는 것. 아마도 디지털 유령 같다는 것. 회화나 조각이 캔버스, 물감, 재료에 기반한다면 사진은 그나마 있던 필름이라는 육신조차 디지털카메라의 출현으로 상실했다. 결국 표면으로만 존재할 수 있기에 사진은 컴퓨터 그래픽에 고난받는 것 아닐까. 나는 이러한 지점에서 사진과 컴퓨터 그래픽의 차이점을 드러내고 싶었다. 컴퓨터 그래픽과 별개로 그것을 그래픽이라고 인식하는 시각적 요소에 집중하고 그것을 오히려 사진으로 구현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사진을 무어라 정의하기 힘든 시점에서, 컴퓨터 그래픽과 사진이 각기 다르게 발생하는 오류를 온전한 사진의 과정을 통해 통합하는 작업에 접근했다.


복잡하고 모든 것이 나를 추월하는 느낌을 받는 요즘이다. 그 박탈감에서 벗어나는 길은 아마도 신기술 앞에 자신의 작업을 어떻게 정의하는지부터가 시작 아닐까? 나는 최근 카메라 특성에 기반해 컴퓨터 그래픽 툴, 게임 등 가상에 가까운 표면을 카메라로 어루만지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사실 현재도 많은 동료 작가가 카메라의 특성에 기반한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작업을 하면서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는 ‘왜 사진으로 작업하세요?’다. 솔직한 생각으로 내가 미술을 배우고 사진을 해왔던 것이 아니라, 사진을 하면서 미술을 배웠기 때문 아닐까? 그것은 결국 우리가 현재 미술 안에서 사진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에 대한 논의로 이어진다. 미술을 배웠고 또 그 가운데 사진을 매체로서 선택한 쪽이 아니라, 사진을 전공했고 사진을 통한 유의미한 작업을 하고 싶은 마음일 테다. 확실히 최근 사진 매체는 심상치 않다. 신진 작가들을 주축으로 미술언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경향이 생겼고, 그것이 사진 매체에서 새로운 움직임으로 이어지는 중이다. 여러 기획전이나 미술 관련 콘텐츠에서 체감할 수 있었다. 아마 현재 사진으로 예술을 한다는 것은 단지 사진으로 무엇을 바라볼 것인지가 아니라 내가 왜 카메라를 들고 있는지부터 고민을 시작해 봐야 할 문제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사진 매체에 대한 논의는 마냥 즐거운 일일까. 앞서 이야기했듯 사실 사진 매체에 대한 정의를 얻기도 전에 컴퓨터 그래픽이라는 신기술이 빠르게 나를 앞지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그것의 뒤를 열심히 쫓는 기분으로 작업해 왔다. 이 과정에서 미래의 사진, 우리에게 도래할 새롭게 정의될 사진을 이야기하기에는 우린 그 공백을 메우지 못했고 기술의 꽁무니를 쫓기에 바빴던 것 아닐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작업을 하면서 자주 받는 질문이 있다. ‘컴퓨터 그래픽이죠?’ 나는 대답한다. ‘아니요. 사진인데요?’ 물론 내가 내린 정의 안에서의 사진. 자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신기술(컴퓨터 그래픽)은 우리에게 절망일까? 사진을 마주한 회화는 보란 듯 새로운 표현의 물결을 이뤄냈다. 나는 나를 비롯한 동시대 사진작가의 작업을 보면서 비로소 사진의 새로운 표현과 가능성, 희망을 본다. 우리가 현재 할 수 있는 일은 여전히 정의할 수 없는 사진으로 미래를 겨냥하는 것, 또 이와 동시에 현재와 미래의 틈을 현재의 충실한 작업과 고민을 통해 깊이 있게 채워 어느새 도래할 새 사진을 맞이하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