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을 겨냥하기 Aiming at virtual (2023)
2023. 12. 15.(금) - 12. 23.(금)
Route17 Emerging Artist
글: 이주하
미디어아트센터 루트17 (@route17_mediaartcenter)
대전시 대덕구 옛신탄진로 107
13:00 ~ 18:00 (일요일 휴무)
가상을 겨냥하기 / 이주하
박승만은 아날로그와 디지털, 컴퓨터 그래픽까지 이미지생성 매체가 끊임없이 등장함에도 기존 매체가 공존하는 우리 시대에 평면적 기술 이미지가 가진 한계성과 컴퓨터 이미지 이후의 사진을 연구한다.
광학적 기계의 시대가 저물어가며 실재와 가상 본질과 실체가 무의미해져 가는 과도기에 작동 환경을 조작해야하는 기계 매체를 다루는 예술가로서 광학적 가상인 아날로그 사진을 조작하며 빛의 영향을 받지 않는 새로운 디지털 시대의 이미지와 힘겨루기를 하며, 실존세계의 등가물을 가지지 않은 가상의 눈속임을 겨눈다. 본질의 모사 정도로 여겨지던 사진은 컴퓨터 그래픽 이후에는 실재에 맞닿은 재현으로 위치가 변화하였다. 빛을 모아 이미지가 발현되는 물리적, 화학적 결과물로 사진을 정의한다면, 디지털 이미지는 회화처럼 가상공간에 선과 면으로 그려져 창조된 완전한 가상 자체이다. 지난한 촬영과정으로 포착한 이미지와 컴퓨터 속 가상은 서로를 재매개 하지 않는 전혀 다른 세계에 존재하는 유사한 환상일 뿐이다.
아날로그 사진이 재현하는 실존 대상은 기계가 복제하는 이미지로 가치를 지니지만, 컴퓨터 그래픽은 이진법 숫자의 조합으로 그려진 원본 없는 공허이다. 조밀하게 이루어진 실재 대상을 투사한 사진 이미지는 물리적으로 쉽게 통과할 수 없다. 하지만, 그가 겨눈 샷(shot)은 아마도 촘촘히 싸인 가상의 그리드 사이를 비켜가게 될지 모른다.
그의 사진은 현존하는 물질적 실체의 모사임을 교묘하게 감춘다. 마치 대상은 존재하지 않고, 허구가 스스로 존재하는 양 연극을 하도록 한다. 그가 설계한 무대 위에는 가상을 지시하는 많은 장치가 설정된다. 가상공간에서 위치를 표기하기 위한 그리드나 빛이 없는 공간을 만들어내는 흡광 재료 등, 실재에 종속된 재현이 최대한 물질세계의 지면에 붙어있지 않은 보이드(Void) 공간에 위치하는 척 연기하도록 한다. 고정된 본성을 가진 대상이 마치 고착되지 않은 상태로 존재하는 듯 스스로를 감추며 가상성을 향한 도전으로 실재가 가상을 무너트릴 수 있는 지를 시험해보려 한다.
“그의 렌즈가 겨누는 실재는 우리 현실 세계에 이미 혼재된 가상성이다. 인물 사진에서 선명히 드러나는 뎁스는 컴퓨터 비전만이 인식하는 입체의 형태이며, 대상을 수치적으로 인지하는 고유 체계이다. 자연적 영향을 카메라 기법으로 배제한 채 진공상태로 정지된 영속적 시간에 대상을 가두는 작업은, 아날로그 필름과 기술 합성 이미지 간의 묘한 중첩을 전략적으로 제시한다.”
현재 한국에서 가장 비현실적이고 가상적인 사물을 찾고자 그가 주목한 것은, 유희적 도구로 익숙한 총이다. 허구와 실재가 혼재된 블랙 스크린에 떠 있는 총이 가진 매끈한 표면은,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완전무결함으로 사물이 가진 윤리적 논의를 상쇄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