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FindThe (2021)


2021. 9. 25 - 10. 30

김현수, 김화경, 박승만, 이계영, 이동욱, 이병록, 이삭, 이영아, 전솔지, 하춘근


기획: 박천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사진비엔날레)



대구사진비엔날레는 대구를 대표하는 비엔날레로서 동시대예술의 흐름을 파악하고 선보이는 세계적인 사진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김현수, 김화경, 박승만, 이계영, 이동욱, 이병록, 이삭, 이영아, 전솔지, 하춘근 등 10명의 작가가 참가하여 작품을 선보인다.

<ViewFindThe>는 카메라의 ‘viewfinder’라는 명칭을 차용하여 구성된 타이틀이다. ‘뷰파인더’는 촬영자와 카메라간의 첫 번째 접촉 지점으로써 카메라의 역할보다는 촬영자의 역할이 우선된다. 이러한 ‘촬영자의 역할’이라는 맥락을 통해 동시대 예술계에서 ‘사진’이라는 매체 그리고 장르적 위치를 진단하고 고민한다.

김현수의‘314.80㎥’ 시리즈는 현대사회의 구조물에 집중한 작업이다. 작가는 현실 세계의 놀이터라는 장소가 가지는 기능과 역할에서 비롯되는 즐거움, 자유로움, 역동성의 이미지를 모두 삭제하고 하나의 잘 다듬어진 조형물로 바라보며 그것의 인공적인 형태만을 강조한다. 외형이 조금씩 다를 뿐 특정된 형태와 기구로 정형화된 놀이터라는 장소를 통해 현대사회의 획일화된 구조를 낯설게 보여준다.

김화경은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돌아온 도시, 서울에서의 삶을 기록한다. 다시 돌아온 도시는 작가가 이제껏 견지해온 삶의 방법이 아닌 새로운 삶의 방식을 요구한다.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세계에서 매 순간에 집중하기로 다짐하며 그만의 방식으로 도시에 적응하고 있다. 그의 화면에는 그가 바라보는 가장 지금의 찰나의 순간이자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1/1000초의 순간이 오롯이 담겨있다.

박승만은 사물, 공간, 남겨진 사람과 기억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통해 할아버지의 흔적을 쫓으며 그의 죽음을 추모한다. 할아버지의 유품을 촬영한 ‘경계’시리즈는 작가의 죽음과 남겨진 흔적에 관한 관심을 보여준다. 화면 속에 등장하는 사물들은 할아버지의 삶을 환기시키는 기억의 유물들이다. 작가에게 있어 이 사물들은 가시적인 죽음의 흔적 파편 중에서도 삶과 죽음, 이승과 저승 그 경계에 놓여있다고 여겨지는 흔적이며, 작가는 물리적 형태를 지닌 것들을 소멸 직전의 모습으로 위치시키며 삶과 죽음의 경계를 보여준다.

이계영 작가는 현대에 이르러 자본이 어떻게 공간 혹은 장소를 상품화하여 잠식하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경주의 변화, 아름다운 자연을 간직한 제주의 변화, 근대화를 시각적으로 보이고 있는 부산 등을 관찰하며 오늘날 자본을 통한 공간(장소)의 변화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서 또 다른 자아를 발견한 경험에서 작업을 시작한 이동욱작가는 ‘Wozu(무엇 때문에)’시리즈를 통해 불완전한 인간의 내면을 드러낸다. 어두운 화면 속에서 뒤엉킨 인체를 통해 작가는 그동안 두려워 외면하고 싶었던 수많은 자아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며 무수히 충돌하고 있는 내면을 드러낸다.

오랜 시간 화학공단에서 일한 이병록 작가는 그에게 익숙한 소재인 회색 파이프라인에 색채와 감정을 입혀 끝없이 이어진 거대하고 웅장한 ‘파이프라인 풍경’을 만든다. 작가가 매일 일하고 생활하며 마주한 익숙한 장소에서 사람의 모습을 모두 배제한 뒤 가상의 디지털 풍경으로 다시금 재현했다. 파이프라인의 패턴을 복제, 대칭하며 구성한 상상의 풍경을 통해 공단이라는 장소를 통해 현대인들이 갖는 미래에 대한 희망과 불안을 동시에 표현한다.

이삭작가는 본인이 수년간 경험한 빽빽이 들어선 좁은 골목과 점포의 풍경을 관람객에게 전시장에서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든다. 좁은 골목길에서 온종일 상인들이 바라볼 효율성만을 위해 만들어진 점포와 그 벽을 재현함으로써 인간이 매일 바라보는 풍경과 조망권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과 그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스스로를 집단에서 밀려난 개인으로 정의하는 이영아 작가는 ‘감만탕’시리즈를 통해 목욕탕이라는 장소에서 엄마의 존재와 부재를 담담하게 써내려간다. 작가는 사진을 기반으로 영상, 텍스트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며 기억의 아카이빙 작업을 주로 하고 있다.

전솔지 작가는 아무것도 아닌, 특별하지 않은 일상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매일’을 기록한다. 하루하루 똑같이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누구나 보았던, 누구나 본 적 있는 반복되어 지나치기 쉬운 일상을 붙잡아 간직하고 싶은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을 담은 풍경을 저장한다.

하춘근 작가가 2016년부터 시작한 일본 원자폭탄 투하 시리즈는 히로시마 원폭 투하일인 1945년 8월 6일과 나가사키 1945년 8월 9일을 상징하기 위해 806장의 사진과 809장의 사진을 중첩했다. 전쟁, 테러, 폭력 등으로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이 심각하게 위협받은 국내외의 역사적 장소에서 찾은 휴머니즘의 오류를 찾는다.

전시를 기획한 박천 기획자는 “이번 전시는 작가가 예술에 대한 태도를 중점으로 보는 전시로 이 전시를 통해 사진이라는 매체의 가능성을 살펴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